안녕하세요. HR의 혁신을 연구하는 크리숨입니다.
앞으로 HR과 기술 그리고 비즈니스에 대한 글을 실을 예정입니다.
첫 아티클은 조직 설계에 관한 사례를 싣게 되었습니다.
Intro
이 글은 Harvard Business Review ‘Fujifilm: A Second Foundation’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해당 아티클은 2007년 3월에 발간되어 현재의 시점에서 다소 out of date된 내용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 혁신 관점에서 현재도 여전히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제공함으로 포스트를 싣게 되었습니다.
다음 편에서 싣게 될 당대의 라이벌 Kodak과의 비교를 통해 위기와 변화의 기로에 직면했던 두 기업의 대응 차이를 통해 조직 혁신의 소중한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습니다.
후지필름의 사업 성과 추이 (~2001)

문제는 매출이 아니라, 영업이익의 감소
- 2001년은 후지필름에게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앞선 경쟁자였던 코닥의 Market Share를 37% : 36%로 최초로 앞지른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영업이익의 지독한 감소입니다. 1981년 20% 정도였던 영업이익율은 지속적인 감소로 2006년 5% 가까이로 떨어졌습니다.
주된 영업이익 감소 원인
- 디지털 사진 기술의 부상과 필름 시장 수요 변화
-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압박과 시장 점유율 위협
- 기술 투자 확대와 조직 개편에 따른 비용 증가
참고
- a : 1995년의 총 매출 급감 → Fujifilm은 1995년부터 회계연도의 시작을 10월에서 3월로 바꾸었습니다. 이에 따라 타년도 보다 짧아진 회계 기간으로 총 매출이 일시적으로 급감한 것처럼 나타났습니다.
- b : 2002년부터의 급격한 총 매출 증가 → Fujifilm이 2001년 초에 Xerox로부터 Fuji-Xerox의 지분 25%를 13억 달러에 매수했습니다. Fujifilm은 합작법인에서 75% 지배지분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부터의 총 매출 증가는 이러한 기업 합병의 결과를 나타냅니다.
먼저 생각해 볼 과제
2006년의 이러한 상황에서 여러분이 당시 후지필름의 CEO인 고모리 시게타카(Komori Shigetaka)라고 합시다.

이 아티클에서는 당시의 코모리에게 3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 새로운 기회들을 어떻게 식별하고, 선별하고, 추구해야 할 것인가
- 이미징 사업에 전념해야 할 것인가, 다각화 노력을 추구해야 할 것인가
-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는 기업을 어떻게 창의적이고 탐구적인 R&D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후지필름의 역사
- 1934년 후지 사진 필름 주식회사(Fuji Photo Film Co., Ltd.) 설립 (초기 본사의 위치는 일본의 후지산 근처인 가나가와 현(神奈川県) 아시가라카미 군(足柄上郡) 미나미아시가라 시(南足柄市)에 위치하였음. 후지산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일본인들이 최고로 신성시 하는 영산이며, 일본을 상징하는 산임)
- 창업자 : Kahunichi Nakajima
- 1939년 후지 연구소 개설 : 영화 필름, 35mm 사진 필름, 그래픽 아트용 특수 리소그래피 필름, 의료 시스템용 엑스레이 필름 등 연구 개발
- 1958년 미국 진출
- 1980년 오니시 미노루 CEO 취임. (코닥을 따라 잡고 능가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세움. 당시 자체적으로 필름 사업을 개발하기에는 기술과 경험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
- 1984년 LA 올림픽 공식 필름 스폰서 선정
- 1980년대 후반 : “우수한 기술 개발과 이미징 및 정보 문화 조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기업 비전으로 Imaging & Information (I&)을 슬로건으로 세움.
- 2003년 6월 고모리 시게타카 CEO 임명 (1963년부터 근무. 2000년 사장 승진)
핵심 인물 : 고모리 시게타카 ‘샐러리맨의 신화’
- 1939년 중국 선양 지역 출생
- 도쿄대 경제학과 졸업 (1959-1963)
- 1963년 후지 입사
- 2000년 사장 승진
- 2003년 6월 후지필름 CEO 임명
- 2017년 6월 후지제록스 회장 임명
- 2021년 6월 회장 퇴임
- "우리의 목적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만든 제품과 서비스로 사회에 폭넓게 기여하는 것이다. 사회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우리는 끊임없이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적응하며 세계를 이끄는 기업이 돼야 한다."
사명 변경

- 후지필름의 로고에서 35년간을 차지하던 사진 이미지가 사라진 것은 정체성의 중요한 변화를 보여줍니다.
- 현재의 로고는 어떻게 보면 1960년대의 단순한 텍스트 타입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입니다. 다만 자세히 보면 두번째 F의 모양을 살짝 바꾼 것에서 은근히 cutting-edge technology를 강조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 2014년부터 ‘혁신으로부터의 가치’라는 슬로건을 함께 강조하고 있습니다.
후지필름의 기업 구조
- 후지필름의 주요 주주는 지분 100%을 소유한 후지필름 홀딩스(주)입니다.
- 자회사로 후지필름 비즈니스 이노베이션(구 후지제록스)과 후지필름옵틱스가 있습니다.
- 1962년 미국의 제록스(Xerox)와 합작하여 설립한 Fuji-Xerox JV는 2021년 후지필름이 남은 25%의 지분을 전량 매수하면서 58년 제휴 관계를 끝내게 됩니다.
후지필름의 사업 부분 (2006 기준 매출 비중)

-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
① 이미징 솔루션 (26%) : 아날로그 필름, 디지털 카메라, 미니랩. 후지제록스 통합. 전통적인 강자의 위치이나 수익성 감소 중
- 소비자용 필름, 디지털 카메라 및 이미징 프린터, 잉크젯 종이, 사진 현상 기기 및 서비스, 아날로그 카메라 등
② 정보 솔루션 (33%) : 그래픽 아트, 스토리지 테이프, 평판 디스플레이 재료, 의료 영상 및 생명 과학
- 의료 이미징 디지털 X-Ray 시스템, 그래픽 시스템, 압력분포 매핑시스템, 기록 및 저장 미디어, 기타 필름 등
- 평판 디스플레이 소재는 2005년과 2006년 사이에 35% 성장
③ 문서 솔루션 (41%)
- 복사기, 프린터, 출력 서비스, 사무 서비스 등
필름 시장의 쇠퇴와 경쟁사들의 고전
- 2000년, 전 세계 필름 시장은 정점에 달했고 컬러 필름에 대한 수요는 업계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 폴라노이드 2001년 파산
- 코니카 2003년 미놀타와 합병. 2006년 1월 필름과 카메라 사업 철수
- 2005년에 이르러 전 세계 필름 시장은 2000년 정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매년 20%씩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 코닥은 2005년에 13억 6,000만 달러의 손실을 냈고 디지털 이미징 분야에서 수익성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습니다.
코모리가 생각한 후지필름의 강점
- 경쟁사들과 달리 화학, 물리학, 광학, 전자, 소프트웨어 등 여러 기술 분야의 전문 지식을 결합할 수 있다는 점
- 이러한 여러 분야의 지적 융합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고객을 위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을 것
VISION75(중기 로드맵) 발표
- 코모리는 변화의 기로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이미징 회사가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일까요?"
- 코모리는 2004년에 신사업 구축, 구조 개혁 실시, 지주회사 체제의 연결 경영 확대, 직원 동기 부여 및 교육 등의 내용을 담은 중기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 2006년 1월에는 구조개혁과 신사업 투자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VISION 75'를 개정했습니다.
두 번째 설립을 향한 시도
- 2006년 매출의 70%는 2000년 이후에 출시된 제품에서 발생했습니다.
- 기존 방식 : 후지제록스의 연구소는 기존 기술의 새로운 응용 분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산업 제품 사업부는 새로운 사업부가 설립될 때까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면서 새로운 응용 분야를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① 중앙 집중식 R&D 연구소
- 2006년 4월 중앙 집중식 연구소와 산하에 중앙 집중식 마케팅 그룹 설립
- 특정 사업부용 제품에 집중하는 기존의 연구소와 달리 중앙 집중식 연구소는 초기 단계의 새로운 기술과 시장에 집중
- R&D 노력을 조정하고 R&D 비용의 배분을 일원화하기 위해 R&D 본부를 설립

- 조직에서의 연구 부서의 위치와 관계를 나타냅니다.

- 1998년의 조직도. 사업부 단위의 구성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띕니다.

- 2006년의 조직도. 중앙 집중식 연구소 조직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띕니다.
② M&A 정책
-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기업 벤처 펀드를 통한 투자를 포함하여 약 30개 기업에 1,500억 엔 이상을 투자
- 2006년 6월 1,000억 엔의 예산으로 새로운 M&A 부서 설립
③ 기업 벤처 캐피탈
- 2004년에 200억 엔 규모의 소규모 '사업 개발 펀드'를 설립
④ 조직 개편
- 고모리는 재임 기간 동안 6개 사업부를 신설했으며 기업 차원에서도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 2006년 10월 1일부로 Fuji는 지주회사가 되었으며, 후지필름 코퍼레이션과 후지제록스 코퍼레이션을 자회사로 두었습니다.
- 경영 효율화와 인프라 공유를 통해 낭비를 없애고 통합을 강화하여 기업 시너지를 활용하고자 하는 측면에서의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⑤ 사고방식의 변화
- 고모리는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탐구하고 개척하는 데 너무 느리다고 생각했습니다.
- 기존의 성공에 머무르는 자기만족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신속하고 강력하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독려하였습니다.
- 2006년, 코모리는 Fuji의 존재 이유와 방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새로운 기업 이념과 비전을 수립했습니다. 새로운 기업 이념은 기존의 "이미징 및 정보"를 넘어 "최첨단 독점 기술을 사용하여 문화, 과학, 기술 및 산업의 발전과 사회의 건강 및 환경 보호 향상에 기 여하는 최고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⑥ 장기 로드맵
- 2006년, 코모리와 경영진은 회사의 중기 로드맵인 VISION75를 수정하여 (1)고기능성 소재(평판 디스플레이, 전자 및 잉크젯 소재), (2) 의료 영상 및 생명 과학, (3) 그래픽 아트, (4) 문서, (5) 카메라폰 모듈과 같은 광학 기기 등 미래 성장을 위한 다섯 가지 핵심 기술 및 제품 분야를 선정했습니다.
- 이 다섯 가지 분야 중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두 가지 분야는 고기능성 소재와 생명과학 분야입니다.
고기능성 소재 사업
평판 디스플레이 재료
- FPD의 액정 디스프레이 셀의 박막 개발
- TAC 필름과 와이드 뷰(WV) 필름 개발
- PC 모니터 용 WV 필름 개발
- 대형 스크린용 신제품 개발
- 2008년까지 1,100억엔 투자. 큐슈에 새로운 TAC 필름 공장 건설 (생산 능력 2배 증가)
- 대형 스크린용 제품 개발을 위해 240억엔 추가 투자 계획
전자 재료
- 반도체 제조의 필수 재료 제조 및 판매
- 웨이퍼 연마제 등으로 사업 확장
- 2004년 11월 Arch Chemical의 마이크로 전자 재료 사업부 인수
- 미국의 비유기적 화학물질 제조업체인 Planar Solutions의 지분 50% 인수
잉크젯 재료
- 소비자용 잉크젯 소재 개발.
- 소매점을 통해 카트리지 판매
- 2006년 Avecia Group(영국 본사. 잉크젯 프린터용 염료와 잉크 제조) 인수
생명 과학 부문
- 의료용 이미징 분야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2005년 4월 별도의 사업부 설립
제약
- 2005년 Agennix(미국 휴스턴 본사 바이오 제약 회사. 암 및 당뇨병성 궤양용 단백질 기반 의약품 연구)와 Panacea Pharmaceuticals(미국 메릴랜드 본사 바이오 재약 회사. 암 및 중수신경계 연구)에 각각 50만 달러 투자
- 의료 시설용 제품 판매 및 임상시업에 사용할 시약 개발을 위해 CMIC 와 합작투자로 60만 달러 투자
- Perseu Proteomics(일본의 제약 벤처기업. 암 및 기타 생활습관병 진단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진단제 및 시스템 개발)의 지분 22%를 10억엔에 인수
화장품 및 식이 보조제
- 2006년 9월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 산업 진출
- 필름에 사용되는 나노 기술을 활용하여 화장품의 체내 흡수 연구
두번째 설립 시도에 대한 평가
- 2006년 Fuji의 조직은 다양한 제품을 포괄하는 14개 사업부로 구성되었습니다. 고모리는 특히 정보 솔루션 사업에 큰 기대를 걸었는데, 10개 사업부 중 상당수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 MBA에서 원우들은 상기 기술한 6개의 시도 중에서 1) 장기 로드맵, 2) 중앙 집중식 R&D 연구소를 비즈니스 혁신의 주요 요인으로 우선 선택하였습니다. 독자분들은 당시 후지필름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Closing
탁월한 리더십 (내부 인사 기용)
- 후지필름이 코모리를 CEO로 임명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후지필름의 사명, 로고, 브랜드 정체성부터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일본인들의 세계를 향한 도전과 성공에 대한 자부심이 뭍어 있습니다. 만일 CEO의 위치에 외부 인사를 기용했더라면 단기간 내에 코모리가 거둔 혁신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패망의 길로 갔을 수 있습니다.
- ‘기술’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조직’은 더 중요합니다. 코모리의 결단력과 리더십, 그리고 그를 존중하고 따랐던 임직원들의 노력이 빛이 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기존 성공에 집착하지 않고 끊임없이 혁신을 시도
-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성공 방정식에 집착하지 않았다’입니다. 후지필름은 한 때 세계 1위의 필름 기업인 Kodak을 따라잡고 승승장구하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성공에 대한 Legacy가 얼마나 막대했을까요? 하지만 코모리와 그의 팀은 과감한 조직적 결단과 인사 정책을 통하여 내보낼 사람을 내보내고, 조직을 새롭게 개편하였습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필름 사업에 집착하지 않았고, 벤처 투자와 M&A 등으로 끊임없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였습니다.
기술력에 대한 신뢰
- 코모리와 그의 팀은 그들이 보유한 필름 관련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우리 것이 최고라는 단순한 자부심이 아니라, 이 기술을 새로운 기술과 융합하고 다른 사업에 연계할 수 있는 폭넓은 자부심이었습니다.
(에필로그) 현재의 후지필름

- 최근의 후지필름의 주 수입원은 헬스케어 > 비즈니스 솔루션 > 소재 > 이미징입니다.
- Legacy의 강자였던 카메라와 소재 사업이 헬스케어와 비즈니스 솔루션에 자리를 내어준 모습입니다.
- 비즈니스 세계에서 절대 법칙은 없습니다. 모두가 현재는 AI가 세상을 뒤바꿀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혁신의 모습은 기존의 것을 완전히 없애는 방향이 아닌,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찾아온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마치 후지필름의 로고가 1960년대의 텍스트 타입으로 돌아간 듯 하면서도 cutting-edge technology를 은근히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요.
- 조직 혁신에 대한 것은 후속편인 Kodak과 함께 최종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Reference
1. Harvard Business Review ‘Fujifilm: A Second Foundation’ (HBR, 2007.3)
2. [FORTUNE 500] 제동 걸린 제록스·후지필름 인수합병의 내막 (서울경제 정재웅 기자, 2018.7)
3. Why Kodak Died and Fujifilm Thrived: A Tale of Two Film Companies (PetaPixel OLIVER KMIA, 2022.12)
4. The Biggest Camera Manufacturer in the World Is… Fujifilm (PetaPixel MIKE SMITH, 2022.4)
5. '샐러리맨 신화'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 회장 6월 퇴임 (2021.3, 뉴스1 박병진 기자)
6. Fujifilm Logos Over The Years (Fujiaddic LOUIS FERREIRA, 2023.1)
7. Brand Concept (Fujifilm)
8. FUJIFILM Holdings Corporation (AnnualReports.com)